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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8조 9,400억 원. 구글도, 애플도 밑에 두는 분기 세계 1위 실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했습니다. 저도 하락장에 눈이 멀어 레버리지 ETF에 들어갔다가 지금 세게 물린 상태입니다. 눈물이 차오르는데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 같은 처지이신 분들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가 빠진 이유
실적 발표 직전 이틀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10% 넘게 뛰었습니다. 이미 그 상승분 안에 기대가 전부 녹아 있었던 겁니다. 막상 숫자가 나오자 시장은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셀 온(sell on the news), 즉 호재성 뉴스가 실제로 나오는 순간 차익을 실현하는 매도 패턴입니다. 여기서 셀 온이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월가 격언을 그대로 따른 행동으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뒤 재료가 소멸되면서 매도세가 쏟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두 번째 이유도 있습니다. 성과급 충당금 약 20조 원을 감안하면 실질 영업이익은 109조 원 수준이었는데, 시장 컨센서스는 115조 원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여기서 컨센서스(consensus)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실적 예상치의 평균값으로, 실제 발표치가 이를 밑돌면 어닝 미스로 분류됩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정도 실적을 내고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세 번째가 가장 무겁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정점론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공식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곳 모두 메모리 사이클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여기서 반도체 사이클이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주기적으로 뒤바뀌며 반도체 가격과 기업 이익이 오르내리는 흐름을 뜻합니다. 보통 상승 사이클이 끝나면 가격 하락과 실적 감소가 뒤따릅니다.
핵심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의 투자 기조 변화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란 메타·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처럼 자체 AI 데이터 센터를 초대형 규모로 구축하는 빅테크를 지칭합니다. 이들이 자본적 지출(CAPEX)을 줄이거나 속도를 조절하면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가 줄고,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도 덩달아 꺾입니다. 메타가 최근 잉여 AI 컴퓨팅 자원을 클라우드 사업으로 돌리겠다고 밝힌 것이 바로 그 신호탄으로 읽혔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시그널이 한 번 시장에 퍼지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걷잡기 어렵습니다.
- 셀 온(sell on the news): 실적 발표 전 선반영된 기대감이 소멸되며 차익 실현 매도 쏟아짐
- 어닝 미스: 시장 컨센서스 115조 원 대비 실질 109조 원 수준으로 기대치 하회
- 메모리 사이클 정점론: 모건스탠리, 삼성·하이닉스·마이크론 동시 하향 경고
- 하이퍼스케일러 CAPEX 둔화 우려: 메타의 잉여 자원 클라우드 전환 발표가 도화선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 물린 개인투자자는 어쩌나
저도 이번에 삼전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에 물렸습니다. 급락장에 "이 정도면 바닥이겠지"라고 판단한 게 틀렸습니다. 매수 버튼을 누른 건 저니까 할 말은 없지만, 이 상품이 애초에 존재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이 있습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란 특정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즉 삼성전자가 하루 3% 오르면 해당 ETF는 약 6% 오르고, 3% 내리면 6% 가까이 빠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상품이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왜곡을 불러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최근 하루 코스피·코스닥 합산 거래대금 46조 원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상위 10개 종목이 43조 원을 차지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사실상 나머지 모든 종목은 거래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상장폐지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금융당국도 고민이 깊습니다. 검토된 방안 중 하나가 진입 예탁금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높여 소액 투자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었는데, 이 말이 나오자마자 "돈 없으면 투자도 못 하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형평성 논란에 막힌 겁니다.
법적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거래량, 트래킹 에러(추종 오차), LP(유동성 공급자) 활동 등 기존 상장폐지 기준을 이 ETF들은 모두 충족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남은 근거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상장폐지' 조항인데, 이 조항이 실제로 발동된 전례가 없어서 법리 논쟁이 불가피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제 경험상 당국이 이런 논란을 오래 끌어온 걸 보면 상장폐지까지 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솔직히 이번 사태를 보면서 분합니다. 승인 낸 사람들과 상품 설계를 밀어붙인 사람들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투자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굳이 나서서 전국민 단위의 고위험 도박판을 만들어 놓고, 불이 난 뒤에야 "누가 사라고 했냐"고 발을 빼는 건 문제가 다릅니다. 금감원장이 "그때 드러누워 막았어야 했다"고 했다는데, 그 말이 지금 나와야 할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성전자 실적이 역대 최대인데 왜 주가가 내렸나요?
A. 실적 발표 전 이미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어 있었고, 막상 발표된 수치가 시장 컨센서스(애널리스트 예상 평균치)에 약간 못 미쳤습니다. 여기에 메모리 사이클 정점론까지 겹치면서 차익 실현 매도가 쏟아졌습니다. "잘했지만 더 잘했어야 했다"는 것이 시장의 냉정한 반응이었습니다.
Q. 레버리지 ETF에 물렸는데 지금 손절해야 하나요?
A. 개인 상황마다 다르지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여유 자금으로 투자했다면 버티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다만 레버리지 ETF는 장기 보유 시 '변동성 감소 효과'로 인해 기초 자산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단기 상품이라는 특성을 잊지 마십시오.
Q.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정말 상장폐지될 수 있나요?
A. 현행 기준상 거래량, 트래킹 에러, LP 활동 모두 정상이어서 기계적 폐지 요건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만 '투자자 보호' 조항을 근거로 한 예외적 폐지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정치권 압박이 강해지면 전례 없는 조치가 나올 수도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외국인이 계속 국내 주식을 파는 게 위험한 신호인가요?
A. 올해만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약 19조 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그동안은 보유 비중 과다에 따른 기계적 리밸런싱으로 해석되었지만, 최근 월가 일각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탈출 움직임으로 재해석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외국인이 일 1조 원 이상 순매수로 돌아서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판단 기준입니다.
결론
저는 지금도 보유 중입니다. 당장 필요한 돈으로 투자한 게 아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망하기 전에 제가 은퇴할 일은 없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위험은 별개입니다. 버틴다는 게 정답이라는 뜻이 아니라, 제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선택을 한 것뿐입니다.
이번 사태가 남기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같은 고위험 상품은 시장 전체를 한 방향으로 쏠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승인한 사람들도, 상품을 설계한 사람들도 이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 늦기 전에 구조적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지금 물려 있는 분들은 최소한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과 본인의 투자 기간을 다시 한번 냉정하게 따져보시길 권합니다.